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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최옥 시 모음

소향 강은혜 2007. 5. 20. 23:59
밤에 쓴 연서
저린사랑
그대는 들으소서
벼랑을 사랑한 소나무
타는 그리움으로
한사람을 위한 기도
그대가 끝인 줄 알았네
우산, 그 슬픈 사랑같은
고 백
빗물속에 눈물을 숨기고
바다여, 내 연인이여
부를 수 없는 이름
내가 살 수 없는 섬
그 느티나무 아래로 가자
바라만 보는 사랑
두고 온 사랑이여
은행나무처럼
그 솔베이지에는 사랑을 리필합니다
타는 그리움으로
우리가 사랑을 한다는 건
당신을 생각한다는 건
밤하늘에 쓰다
낙엽에 쓴 비망록
그대는 별이 되라
내 삶을 그리움으로 물들이고
사랑은 잠수 중
장미꽃잎처럼 울었다
노을속으로 오시는 님
나의 사랑은 당신보다 더 깊다
당신은 내 인생에 참 좋은 몫입니다
연어처럼
사랑한다는 건
마르지 않는 그리움으로
니가 없는 세상은
그대는 단풍나무를 닮았다
내 속엔 당신이 너무 많습니다
그 바다에서 나는 쓸쓸했다
빗물속에 혼잣말
내 삶 속의 단 하루만
그대, 아무것도 쓸 수 없는 백지같은
촛불로 고백하는 사랑
그랬으면 좋겠네
사랑아, 잠 못 드는 사랑아
빗물 속에 눈물을 숨기고
나에게로 가는 길이 더 멀어지고
나는 바다가 될란다
기찻길이 되자
참 쓸쓸한 일
사랑한 벌이지요
노을빛으로 봉한 편지
등대가 되어 줄게
사랑은 모래알같은 거란다
아름다운 사연
멀리 있어도 마음만은
내가 행복한 시간
당신께 돌아갈 일
길 위의 고독
깊은 사연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가을속으로 떠나기
나를 아름답게 하는 사람
저녁 풍경
어느 날 당신이 부르시면
가을은 칵테일 한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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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린사랑


당신 가슴에 나를 묻었습니다
붉어진 얼굴을 뿌리속에 묻어두고
깊이 잠들어 버리던 단풍처럼

당신과 내가 함께 만들 수 있는
풍경이 없음에
날마다 가슴이 아렸습니다

평행선도 서로
바라보다... 바라보다...
끝내는 소실점으로 하나가 되던데

날마다 별이 흐르는 강가에 나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오지 않는 당신을 생각하며
눈물 흘렸습니다

오늘... 내 가슴에 당신을
묻었습니다 당신을 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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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들으소서


하루에도 몇번씩
눈감는 소리
그 깊은 속눈썹의 떨림을
그대는 들으소서

어둠속에 눈물 한방울
툭, 떨어지는 소리
그대 들으소서

그대를 생각할때면
혼자 흔들리던 그네처럼
내 마음, 허공속에
흔들립니다

나의 태양, 나의 태양이여
이제는 돌아서야만 할 시간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은
그대 잠시 돌아보던
노을속에 적었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점점 밝아지던 눈빛
그대만의 별을 찾아 헤메던
내 눈빛의 서러움
그대는 들으소서

이 세상 어느곳에 있든지
그대는 들으소서...들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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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을 사랑한 소나무


그대 벼랑이라면 나는 소나무가 될께요

그대가 끝도없이 떨어지는

시선에 현기증을 일으키면

나는 하늘 위로 푸른 가지를 뻗고

그대 무너지는 시선을 잡아드릴께요

사시사철 푸른 잎으로

그대의 절망을 녹색으로 물들이고

그대가슴으로 뿌리를 내려 가만히

안아드릴께요 그대가 벼랑이라면

아무도 머물지 않는 벼랑이라면

그대 삶의 끄트머리에서

더 깊이 발을 묻고 내려다보는

소나무를 가만히 올려다보세요

그대 견디지 못하고 어느 날

허물어지고 만다면 그 끝에 발을 디딘

소나무도 뿌리째 허물어진다는 걸

부디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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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그리움으로


그리움 담아서 나무를 바라보면
나뭇잎은 어느 새 내게로 다가서는
그대 옷깃이 됩니다

몸 한번 닿을 수 없는
우리 사랑
그래서 마주보고 서도
늘 목이 마른 간절한 그리움

그리움 담아서 별을 보면
별은 어느 새
그대 따뜻한 눈빛이 됩니다

어느 날, 나 눈뜨면
그대사랑 이슬처럼 사라질까
오랫동안 잠 못 드는 밤
한아름 허공을 안고
가만히 그리움을 견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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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을 위한 기도


너는 먼 곳에 있지만
그리움은
내 가슴에 있었어

널 생각하는 것이
늘 나의 기도였지

널 알게 된 날부터
그리움은 언제나
미로같은 거였어

너의 잔영속에서
결코 빠져나오지 못하리란
예감...

니가 한없이 보고 싶다
너의 하얀손을 만지고 싶다
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소리없이 울고 싶다

마주앉을 사람도 없이
커피물은 끓고 있는데

눈을 감고 가만히
너의 이름을 부른다

너는 알까?
널 생각하는 것이
늘 나의 기도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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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끝인 줄 알았네



진정 그대가
외로움의 끝인 줄 알았네
그대 처음 만나던 날
그대가 시작이란 걸
외로움의 시작이란 걸
나 어찌 몰랐을까
그대를 두고 매일 밤
이별의 연서를 쓰게 될 줄
나 어찌 몰랐을까
그대를 통해 내다보고
싶었던 세상이
바람부는 광야인 줄
나 어찌 몰랐을까
그대의 뒷모습을 본 것처럼
자꾸만 아득해지는 가슴을 안고
그래도 되묻고 싶어지는 말
그대, 아직 나의 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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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그 슬픈 사랑같은



널 지키는 건 나의 눈물이었어

너는 많은 시간 날 잊고 있었지만
나 언제나 널 기다렸어
널 향해서만 열리는 내 마음이야

가끔 니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설때면
참았던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지만
그 눈물로 널 적시지는 못했어
그 눈물이 널 사모하는 내 마음인줄을
너는 까마득히 몰랐었지

운명일거야, 마주볼 수 없는
눈물속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슬픈 사랑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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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



안개꽃을 안고서
어떻게 말할까 망설일 때
나보다 안개꽃이 먼저
떨고 있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너는 가리라
햇살이 이슬같은
너를 깨워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가고 말리라
맑은 물방울같은
너의 마음 시냇물 강물에 섞여
내가 닿을 수 없는
바다로 흘러가고 말리라

말하자, 지금
지금 말해야만 한다
햇살보다 먼저 바다보다 먼저
그러나 안개꽃에
둘러싸인 장미처럼
나는 언제까지나 얼굴만
붉어지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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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속에 눈물을 숨기고



비가 내립니다 창밖은 온통 빗금쳐진 세상

그 속에서 나 또한 그어야만 할 못난 기억들을 봅니다

생각하면 당신은 참 야속한 사람

다시는 돌아보지 않던 뒷모습에 나는 더이상

소리낼 수 없는 벙어리종이 되었습니다

날마다 종탑에서 바라보던 풍경은

당신이 내게 주셨던 아름다운 세상

뎅그렁뎅그렁 냇물처럼 맑았던 그 종소리

누군가에게 거듭 말하고픈 사랑이었다는 거

이제는 압니다 무작정 당신을 생각했지만

하루의 끝에서 말끔이 화장을 지우듯

사랑의 끝에서 그만...당신을 지워버릴 순 없을까요

끝내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인어공주의 비련처럼

이내 몸 한개 물방울로 흐르다

어느 석양무렵 그 도시의 강을 지나게 되면

가슴저리게 당신곁을 지나왔다는 거 당신만은 눈치챌런지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 당신 손등에서

쉬이 흘러내리지 못하는 빗방울 있거든

그것이 나인 줄을 당신만은 아실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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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여, 내 연인이여



내가
세상을 낯설어하며 그 무엇과도
연결되지 못하던 한 점 섬일 때
조용히 내게로 선을 그어오던 그대

나 오래전 떠나왔지만
한번도 잊은적 없었다는 말이
오늘 그대를 위로할 수 있을까

손을 다오 바다여....
온몸이 손이고 가슴이고 눈이고 눈물인
나의 연인이여 손을 다오
나 떠나던 날, 그대 더욱 진해지던 소금기에
깊이 묻어둔 내 유년을
그리운 학창시절을 들려다오
내 기억의 저장고... 그대 눈물로 만든 저장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이로부터
그대 마음의 술렁거림이 가만히 들려온다
나 어디에 있었든 내 모든 날들이
그대에게로 흘러갔었지

지금 나는 쓰러지고 싶다
안으로 멍들어 간 그대의 그리움 내 온몸에 적시며
그대없는 세상에서 물든 피곤함 털어내고
나 쓰러지고만 싶다
온몸이 가슴인 그대 가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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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를 수 없는 이름



어쩌면 너는
내 앞에서 잠시 눈뜨고 간
서러운 꽃잎이었는지 모른다

혼자서 왔던 길,
혼자서 돌아 갈 길을
바람속에 감춰두고

그렇게 너는
잠시 다가와서
내 어둠을 밝혔는지 모른다

널 바라보며
잠 못들고 뒤척일 때
어쩌면 너는
내가 지칠 새벽을
조용히 기다렸는지 모른다

니가 하고 싶었던,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을
끝내 하얗게 눈물로 날리고

어쩌면 너는
내가 하염없이 붙잡고 놓지 못할
견고한 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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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 수 없는 섬


너는 무인도였다
아득히, 내가 살 수 없는 나의 섬
멀어서... 멀어서...
자꾸만 높아지던 물결에
그리움 조각배처럼 흔들렸다

언젠가 니가 보고 싶던 날
낯선 담벼락에 얼굴을 묻고
걷잡을 수 없이 눈물 흘렸지만
그리움 덜어낼 수는 없었다

니가 내 마음 훔쳐가던 날부터
뜨거운 오후의 긴 그림자속에서
나는 자주 눈물을 훔쳤었지

보고 싶으면 접었던 종이배속에
날마다 마르지 않는 눈물을 실었다
내게는... 니가 보고플때마다
떠나던 배가 있었지

니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의
아름다운 침몰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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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느티나무 아래로 가자



그랬지...그곳엔 세월가도 바래지 않을

풀빛추억이 지금도 뛰어다니고 있는 걸

가위바위보에 터지던 웃음소리

공기놀이에 지지 않던 해가 아직도 비추고 있는 걸

그랬지... 그 나무아래서

먼훗날 우리의 날들이 나무그늘밖의 저 햇살이길

소원하거나 꿈꾸지는 않았지만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추억을 두고 왔는 걸

한방울 눈물없이 아름다왔던 내 여덟살이 거기 있는 걸

다래끼집 몰래 지어두고 지켜볼 때

내 작은 몸을 온전히 숨겨주던,

내 전부를 기대고 섰던 나무 한그루 거기 있는 걸

밤하늘에 토끼풀같은 별들이 만발해지면

그때 그 아이들 하얀풀꽃따다 만든 꽃다발

오늘밤도 내 목에 걸어주는 걸

유난히 날 좋아했던 첫사랑 그 아이의 커다란 눈이

아직도 날 바라보고 있는 걸

비오고 바람부는 날의 추억이 아니라

문득문득 일상의 갈피속에서 마른꽃잎처럼 떨어지고 있는 걸

그리워할 것도 기다릴 것도 없이

그저 생각나면 기별없이도 모여들던 동무들

일상의 숨가쁜 날들속에서 내가 잠시 앉았다 갈 수 있는

그래, 오늘은 그 느티나무 아래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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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 보는 사랑



잘 있었니, 파도야
니가 아무리
타는 그리움으로 달려와도
난 늘 이만큼에서
널 바라볼 수 밖에 없어
내가 아무리
깊은 그리움을 갖고 있어도
겁없이 첨벙첨벙
니 속으로 들어갈 수 없듯이...
갈 수 없는 나의 사랑
올 수 없는 너의 사랑
늘 이만큼의 거리를 갖고
바라만 보아야 하는
안타까운 사랑아
목마른 너의 그리움
하얗게 비워져도
또다시 채워지는 그리움이
내게로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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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사랑이여


누구의 영혼인가
이 한밤 잠긴 대문 붙들고
하염없이 흔드는 저 바람은

결별하자, 거듭 다짐하고도
그대 마음밭에 두고 온
내 사랑 같다

세상을 온통 흔들던 바람도
그대 모습만은 흔들지 못했고
하늘 땅... 하얗게
지워가던 눈발도
그대만은 지우지 못했네

아아 안개여
그리도 견고한 벽이었건만
나의 그대만은 뚫고 오더라

결별을 다짐하고서도
그대 마음밭에 두고 온 내 사랑
썼다가 지우고 썼다가 지우는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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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쓴 연서


그대는 꽃이었나 봅니다

그 눈부신 꽃잎이
이별을 감춘 날개옷인 줄도 모르고
마냥 행복해 하였습니다

그대마음 송두리째 베고 누워
나, 가장 깊이 잠들었을 때
간다는 말도 다시 온다는 말도 없이
그렇게 멀어진 그대, 내 연인이여

그 빈자리에 오랫동안
고개만 떨구고 있었습니다

겁없이 빠져버린 사랑이 지금 나의
몫이라면 나머지는 이제 그리움

잊혀지지 않는
그대 옆모습의 실루엣속으로
견딜 수 없는 쓸쓸함이 스밀 때

그대도 어디선가 날 그리워한다면
그리하여 이 한밤
낮게 한숨쉬며 가만히 창문을
열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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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처럼


그대, 늘 그만큼의 거리에 서 있었지요
빛나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대 나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올 수 없어도 나 외롭지 않았지요

그대, 거기 가만히 서서 등불이 되었지요
온몸으로 날 비추고 있었기에
그대 따뜻한 손길 닿지 않아도
나 춥지 않았지요
나 혼자 가는 길 어둡지도 않았지요

그대가 그만큼 또 내가 이만큼
나눠 가진 거리가 운명이라면
그리움이 무거워질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던 잎은 절망이었지요
비워야 얻을 수 있다던 사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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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솔베이지에는 사랑을 리필합니다



그 솔베이지에 들어서는 순간

당신을 처음 만나던 순간처럼

가슴이 뛰었습니다


벽은 온통 눈부신 창...

그 창마다 바다가 있었습니다

아니, 당신이 거기 서서

나를 보고 있었지요


수평선엔

사랑하는 이의 눈빛같은 등대하나

개나리 노란 철길에는

가끔씩 기차가 지나가며

당신에게 가는 길을 알려 주었습니다


타닥타닥 장작타는 소리에

고구마가 혼자서 익어가고

작은 촛불이 리필커피를 데우는 그 곳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낡은 손풍금의 건반을 두드려보다

배추꽃 들국화 장미 마리안나 엘레강스...

그 찬란한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혼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당신이 그리우면 빈 백사장을

끝없이 서성이는 파도를 보다가

그 목마름에 나도 가만히

말을 잃어갔지요


누군가 지금, 사랑을 잃었다면

솔베이지로 가서 차를 마셔보세요

그리고 다시 사랑을, 삶을 리필하시길


지금 막 사랑을 시작한 그대

솔베이지로 가서 연인에게 전화를 하세요

사랑이 조금은 깊어질 거 같네요

그리운 그 사람이

한걸음 더 다가설 것만 같네요


그곳에 가서 기다리면

떠나간 사랑이

다시 돌아올 것만 같은 곳

가서는 오지 않아도

그 빈자리를 조용히

견딜 수 있을 것만 같은 곳


아아 노을이 지는 어느 날

솔베이지로 가서 내 은밀한 사랑을

기다리고 싶어요


***솔베이지...송정에 있는 까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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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을 한다는 건


사랑을 한다는 건 세상의 문 하나를 닫는 것
끝도 없이 가을이 길어지는 것

잊는다는 건 세상의 문 하나를 여는 것
끝없는 상실감에 비로소 내가 보이는 것

사랑은 허공이며 그 허공에
모든 것을 얹을 수도 있는 것

까닭없이 혼자 울게 되는 것
단풍보다 진한 빛깔로
낙엽보다 쓸쓸하게 떨어지던 눈물
그 눈물에 젖는 건 내가 아니라 그대였다

바람같은 목소리로 노래 불러주던 사람이여
결코 내 사람일 수 없는 그대와 나...
정녕 어떤 인연으로 세상에 왔을까

그대가 건네주던 커피한잔에
나의 가을 송두리째 가두었으니
아아, 언제까지나 무채색으로 남을 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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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생각한다는 건



당신을 두고
그리움에 젖는다는 건
참 눈부신 일이지
내리는 모든 눈이
첫눈이게 하는 일
당신의 눈빛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전율하는 일이지

커피..술..눈물..바람..
쓸쓸함과 동행하는
내 시의 길처럼 사랑 또한
그러하리란 것을 알지만
당신을 생각한다는 건
참 따뜻한 일이지
서로 바라만 봐야 할지라도
당신에게 취해 산다는 건
모든 일상을 참 빛나게
하는 일이지

당신과 내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건
참 신비한 일이지
아득한 세월을 돌아 건너서
우리가 이 세월속에서
만났다는 건
참 가슴떨리는 일이지

절반쯤 살아온 우리 삶에 건배
절반쯤 남은 우리 삶에 건배
우리의 모든 날들에 건배
우리가 시작하게 될
사랑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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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쓰다


먹물옷 입었구나

사람의 집들이
순한 짐승처럼 잠든 밤
산다는 건...
저렇게 불빛하나
보태는 일인 걸

어둠속에 조금씩
부려놓던 내 아픔
고스란히 스며들던
하늘아... 기어이
먹물옷 입고 말았구나

입었다가 벗고
벗었다가 다시 입을
번뇌의 옷자락을 잡고서
나도 모르게 가져버린
못만나서 괴로운 사람아

세상은 그대를 숨기고
그대는 세상을 숨기고
나는... 술래여라
만나서도 괴로울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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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에 쓴 비망록




잊혀지지 않는 하루가 있습니다

그날, 혼자 서성이던 가을날의 그 공원
멀어서 더 아름다운 사랑을 닮았을까
길고 길었던 계단을 오를 때

풀빵장사 아저씨의 국화빵속에도
가을이 있었답니다
몇개의 동전을 놓고 빵을 집어가는
정겨운 손들 그 손등에 묻어있던 가을냄새는
참 따뜻했습니다

어느 여행자의 허기를 채워주던 국수가락이
안개비에 젖던 내 옷깃을 따뜻하게 하며
그렇게...낯선 도시에 밤이 오고 있었지요

책갈피 사이사이 단풍잎을 끼우며
나는 그대를 기다렸습니다
소중한 그대마음 내 가슴갈피에 끼우고
그대 오신다는 길 오랫동안 바라보던 날

나무 잎사귀마다 눈물로 박제시킨 그리움
내 삶에 가을이 당도할 때마다 떨어져서
문득문득 걸음을 멈추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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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별이 되라



그대가 나의 어둠이라면
그대는 별이 되라
잠결에도 문득 나가 보던 밤하늘에
언제나 그자리에 있던 별이 되라
내 어둠 꾹꾹 눌러 밟고 가는 걸음마다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라

나, 언제까지나
그대의 어둠일 수 밖에 없다면
나 또한 별이 되리니
사랑이라는 지독한 우상뒤에 가려진,
한때는 나의 전부였던 것들이
지금은 잃어버린 빛과 함께
나 이대로 어둠으로 남으리니
그대... 나의 점등인이 되라

그대는 내가 가지 않은 길
나 또한 그대가 가지 못할 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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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그리움으로 물들이고



너도...목숨같은 말한마디
하늘에 묻었을까

세월을 걸고 한 최후의 약속이
밤하늘에 저리 빛나는만큼
니 가슴 얼마나 쓰라렸을까

그렁그렁 고이던 눈물
떨구지도 못하고 잠들때
한밤을 몽유하던 너
꿈결같이 내게 닿고 있었지

사랑했던 시간들은
오.래.도.록.
걷힐 수 없는 안개 같은 거...

영영 엇갈려 지나갈 수밖에 없는
사랑이라지만 너의 눈물방울은
내게 다가서는 발자욱소리만 같다

아아, 너... 언제까지나 내 삶을
그리움으로 물들이고 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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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잠수 중



그대는
수심을 가늠할 수 없는 바다
나는 그 바다에 떠 있는
멍텅구리 배

멀어졌다...가까워졌다...
애만 태우던 파도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그대 마음이더라

찬란한 햇살인가 싶으면
깜깜한 어둠이던 사랑
영문도 모르고
덩달아 흔들리던 내 마음도
거기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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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잎처럼 울었다



장미꽃잎을 쓸어내며
오월을 보냈습니다
나만이 들을 수 있었던
그 가냘픈 울음소리...

흩날리는 저 붉은 꽃잎이
피멍이 들도록 참아버린,
장미의 처절한 말줄임표란걸
누가 알까요

그래요...아름다왔던 건
한순간이었지요
넋을 잃었던 건
정말 아주 잠깐이었건만
영영 말문을 닫아버린
장미의 울음은 참 길었습니다

떨어져도 결코 엷어지지 않던
저 붉은 꽃잎에 기대어
나도 잠시 울 수 있었던 시간

숨겨둔 눈물을 나는
아주 조금만...
아주 조금만 보였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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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속으로 오시는 님



세상에 남기고 가는
마지막 밑불같은 노을이 집니다

언제나 이 시간이면
어둠위에 또박또박 편지를 썼지요

한번도 주소를 적지 못한
창백한 봉투는 님이 차지하신
내마음의 영토를 닮았더이다

안개꽃같은 글자들이 가득 찬
편지 속에서 수시로 불렀던
님의 이름이 흔들립니다

무작정 기차를 타고 싶습니다
숱하게 놓쳐버린 그 기차를 타고
노을속에 멀어진 것들을
찾아 나서고 싶어요

아아, 저무는 바다에서
님의 황량한 등을 가만히
안아주고 싶어요


- 10. 24 가을 한가운데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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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은 당신보다 더 깊다



나는 새벽 두 시의 골목길을 지키는
가로등입니다

그리움에 겨우면
한낮에도 창가에는 별이 떴지만
눈빛 하나로 당신 오실 길의
어둠을 밀어내는 가로등...

가끔 백지위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면
영문도 모르는 하얀 종이가
따라 울었답니다

내가 흘린 눈물로
당신 아픔 한순간도 씻어 드릴순 없지만
모두를 잃고도 미소짓던 초생달처럼
사랑이 깊어가는 소리를 듣습니다

쓰다 만 편지속의 여백은
당신을 위하여 영원히 비워두고 싶은
내 마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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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 인생에 참 좋은 몫입니다



당신이 아프거나 절망할 때
내가 쏟았던 눈물을 당신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삶의 모퉁이를 돌때마다
그 눈물속에 나를 담궈본다는 사실
또한 당신은 모르겠지만
당신은 내 인생에 참 좋은 몫입니다

사랑한 시간보다
미워한 시간이 더 많았다는 거
사랑한 마음 한번으로
열번백번 미워한 마음 지웠다는 거
괴롭고 슬픈날위에 기쁘고 즐거웁던
기억 얹으며 조용히 견뎠다는 거
당신은 모르겠지만
당신은 내 인생에 참 좋은 몫입니다

당신이 날 쓸쓸하게 할 때면
내 마음 깊은 우편함에
눈물로 봉한 편지 하나 띄웠다는 거
바람부는 거리에서 커피한잔 뽑으며
가끔은 나도 이별을 생각했다는 거
당신은 모르겠지만

삶의 끝에서 마지막 부를 이름...
당신은 내 인생에 참 좋은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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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처럼



당신만이 전부여서일까
세상은 온통 거꾸로 걷는 걸음 같다
어쩌면 당신에게 가는 길이
모두를 등지는 일인지도 몰라

그 먼 바다를 건너올 때도
당신이 내 길을 인도하였고
그립다는 말은 이미
말할 수 없는 말이 되었다

지금 세상은 온통
내게로 쏟아지는 거대한 물줄기
가냘픈 등에 쉴새없이
비수를 꽂는 저 물살을 넘어야
당신을 볼 수 있겠지 약속의 땅처럼
그 곳에 당신 있으리니

품고 온 그리움을 쏟아 놓으리라
그리움이 다하면 목숨도 끝나는 거
당신의 사랑만을 가져가리라

~~~~~~~~~~~~~~~~~~~~~~~~~~~~~~~~~~~~~~~~~~~~~~~~~~~~~~~~~~~~

사랑한다는 건



사랑한다는 건 조금씩
무너지는 일인가 봅니다
내가 조금씩 무너져서
그대가 되는 일
그대가 조금씩 무너져서
내가 되는 일
사랑한다는 건 끝없이
쓸쓸해져서 나를 비우는 일
그 빈자리에 다시 그대를
채워가는 일인가 봅니다
사랑한다는 건 때때로
까무러칠 것 같은 절망에 빠지는
일인가 봅니다
그 절망속에서 다시 그대가
등불이 되는 일인가 봅니다

~~~~~~~~~~~~~~~~~~~~~~~~~~~~~~~~~~~~~~~~~~~~~~~~~~~~~~~~~~~~~

마르지 않는 그리움으로



님은 저더러
안개비같다고 하셨죠
모르는 결에
촉촉히 옷을 적시는

저는 님에게
옷은 갈아 입으면
되는거라고 웃었죠

제가 적신 님의 옷과
제가 웃었던 그날의 웃음이
잔잔한 그리움이
되고 있어요

갈아입어도
마르지 않는 그리움
웃어버려도
날아가지 않는 그리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어요
아주 천천히 그렇게

저는 님에게
언제까지나 마르지 않는
그리움으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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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없는 세상은



닦을 수 없는 창문 같았어
아무리 닦아도 뿌옇기만 한,
다시는 투명해질 수 없는
창문 같았어 니가 없는 세상은

너로 하여
눈물까지 아름다왔던 세상
그림같은 풍경들도
너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어

사랑이여...너는
내가 영원히 깨지 못할 미망의 잠
다시 갈 수 없는 길
가시덤불속의 성일지도 몰라

무엇을 찾아 헤메며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단 말인가

아직도 차창에
문득 너의 모습이 어리면
가만히 내 머리칼을 뜯었어
눈물이 나면
티끌처럼 자꾸 눈만 비볐어

니가 없는 세상이건만
날마다 먼길에 나가 오래도록
서 있었어.......

~~~~~~~~~~~~~~~~~~~~~~~~~~~~~~~~~~~~~~~~~~~~~~~~~~~~~~~~~~~~~~~~

그대는 단풍나무를 닮았다



말한 적 없지만 그는 들었을 것이다
만날 수 없지만 돌아보면
내가 늘 거기 있다는 거 그는 알 것이다

그대 마음 모른척 했던 내게
그대 얼마나 간절히 흔들었던 손인가
좀처럼 돌아보지 않던 내 뒷모습에
홀로 얼마나 얼굴 붉혔던가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날 향해서만 서 있던, 언제나 충혈된 눈빛의
그대야... 나만을 위해 불을 켜고
나만을 위한 기도로 타버리던 촛불

정녕 한때라는 시간속에 가두고 싶지 않은
그대였다 내가 가진 모든 시간속에서
오래오래 자유로울 그대였다

~~~~~~~~~~~~~~~~~~~~~~~~~~~~~~~~~~~~~~~~~~~~~~~~~~~~~~~~~~~~~~

내 속엔 당신이 너무 많습니다



당신을 가두고 선 견고한 벽에
때로는 낙서처럼 슬쩍 마음을 적다 지우고
스치듯 가벼운 농담 속에
깊이 마음을 숨겨야만 합니다

차마 바로 보지 못한 당신의 반쪽 얼굴
내게 올 어둠을 혼자 가리고 섰던
그 반쪽 얼굴에 오늘도 내 가슴 무너집니다

당신은 가냘픈 눈매하나로
어찌 나의 한 세계를 허물었을까요
아침이면 응답받지 못한 기도가
하얗게 깔려 조금씩 넓어지던 마당에
이제는 미움마저 들여놓을 듯 합니다

그리움에 가만히 촛불을 켭니다 당신만이
내 영혼을 녹일 수 있는 심지를 가졌으니
사랑이 시작되던 날, 그 아름답던 나무가
이제는 텅텅 비어 아무것도 고일 수 없지만

내 속엔 아직도 당신이 너무 많습니다

~~~~~~~~~~~~~~~~~~~~~~~~~~~~~~~~~~~~~~~~~~~~~~~~~~~~~~~~~~~~~~~~

그 바다에서 나는 쓸쓸했다



자, 바다도 한잔 받지

떠난다는 건 네게로 돌아오는 것임을

나 어찌 몰랐으랴


많은 순간 한눈을 팔며

깊어가던 네 눈빛쯤은 외면했건만

미안하구나, 정녕 괴롭고 힘들면

널 찾아와서...


서편에 지는 해는 단 한 걸음을 남긴 채

수평선에 걸려 잠시 머뭇거리고

내 마음에 걸린 그 사람은 오래도록

움직일 줄 모르는데


그대, 이 잔 받고 들으라

산다는 건 돌아보면 그 곳에

또 다른 내가 있는 것

그리움은 벗을수록 두터워지고

멀리 볼수록 뚜렷해지는 건

사랑하는 이의 영상...영상...


그어진 운명의 선을 한번도 넘어오지 않던

내 연인같은 바다야 번번이 그 선을

지우고만 싶은 이 고독은

언제나 마르지 않는 나의 술잔이란다

~~~~~~~~~~~~~~~~~~~~~~~~~~~~~~~~~~~~~~~~~~~~~~~~~~~~~~~~~~~~~~~~~~

빗물속에 혼잣말



유리창엔 끝없이 빗방울이 떨어졌어
난 오지 않을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지

창밖엔 반쯤 잎을 떨군 은행나무가
몹시 떨고 있더군 바람은 더 이상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해 줄 그의 연인이 아니었거든

아직 떠나지 않은 잎들이
현기증을 일으키며 돌아눕고
낙하의 순간이 두려운 듯
노란 잎 하나가 불현듯 나무의
한 팔을 꽉 잡았어
널 놓지 못하는 내 마음 같았어

오지 않을 전화를 기다리며 버스를 탔어
차창에 수없이 맺히는 빗방울들이
끝내 숨겨야만 할 사랑 같았어

비로소 눈물이 고였지
그 눈물방울 속에 니가 보였어

~~~~~~~~~~~~~~~~~~~~~~~~~~~~~~~~~~~~~~~~~~~~~~~~~~~~~~~~~~~~~~~~

내 삶 속의 단 하루만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
내 삶속의 단 하루만이라도
내 손이 당신 손을
기억하게 하고 싶다
텅 빈 눈동자에
당신을 가득 채우고 싶다

그 하루속에는
이 사랑을 기억해 줄
노을이 있음 좋겠고
간간이 흘러내릴
노을의 울음을 받아 줄
바다가 있음 또 얼마나 좋을까

평생의 사랑을
한순간에 말할 수 있는
당신 눈빛이 있어야 하고
그 한순간의 사랑으로
평생을 살 수 있는 마음
고이 담아 둘 가슴이
있어야 하리라

당신과 내가 따로 가는 세월동안
그 세월 중 단 하루만
우리에게 머물길 바랄 뿐이야

~~~~~~~~~~~~~~~~~~~~~~~~~~~~~~~~~~~~~~~~~~~~~~~~~~~~~~~~~~~~~~~~~

그대, 아무것도 쓸 수 없는 백지같은



처음부터 그대는 백지였다

쳐다만 봐도 말문이 막히고
하얀손수건처럼
자꾸만 서러워졌다

적고 또 적어도
내 마음 다 쓸 수 없는,
읽고 또 읽어도
그대 다 읽지 못할

처음부터 그대는
내가 아무것도 쓸 수 없었던
백지...

혼자하는 사랑에도
기쁨이 있다면
함께 하는 사랑은 얼마나
큰 기쁨 있을까

바라만 봐도
이다지 가슴 떨리는데
그대 마주 본다면
얼마나얼마나 눈부실까

언젠가 쓰고 싶은 말은
오직 한마디
그대 마지막 한줄이
나에게 허락된다면...

~~~~~~~~~~~~~~~~~~~~~~~~~~~~~~~~~~~~~~~~~~~~~~~~~~~~~

촛불로 고백하는 사랑



말하지 못한 사랑 있다면
화려한 초콜렛보다
그대가 불꽃인
초 한자루 건네보세요

남몰래 눈물 떨구던
사랑이었노라고
그대 힘들때 눈물로 기도하고
어둠이 내리면
그대만을 위해 타는
촛불이고 싶다고

사랑으로 조금씩 키를 낮추어서
마침내 그대 가슴으로
스며들고 싶다고

오늘, 그대사랑 말하고 싶다면
초콜렛보다 은은히 아름다운
초 한자루 건네보세요


---발렌타인데이를 위하여---

~~~~~~~~~~~~~~~~~~~~~~~~~~~~~~~~~~~~~~~~~~~~~~~~~~~~~~~~~~~~~~~~

그랬으면 좋겠네



그대눈빛 저 햇살에 닿아서
돋보기처럼 밝아졌음 좋겠네
내 안에 숨겨둔 말
그대 다 읽었음 좋겠네

그대입술 저 바람에 닿아서
봇물처럼 열렸음 좋겠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던 말
그대 다 하였음 좋겠네

그랬으면 좋겠네...

우리,
노을과 窓으로 만났음 좋겠네
그대 고운 눈빛에 나를 물들이며
하루를 마감하고 싶네

갑자기 빗방울 듣는 거리에서
막막해질 때
그대 내 위에 펼쳐지는
우산이면 좋겠네 빗속을 그렇게
같이 걸어가고 싶네

그랬으면 좋겠네...

우리,
바다가 되었음 좋겠네
영원히 줄지 않는 사랑으로
한세월 같이 출렁이고만 싶네

그대와 나...정녕 그랬으면 좋겠네

~~~~~~~~~~~~~~~~~~~~~~~~~~~~~~~~~~~~~~~~~~~~~~~~~~~~~~~~~~~~~

사랑아, 잠 못 드는 사랑아



그랬구나...
밤하늘에 간간이
날리던 눈발은

조각조각 흩어지던
네 불면의 밤이었구나

내가 있어 외로움도 아픔도
끝없는 행복이라며

자꾸만 더듬거리던
네 목소리의 여운이
밤마다 별똥처럼 떨어질 때

널 위해 나는 얼마나 간절히
두손을 모았던가

허공에다 널 부르면
그 허공도 너로 하여
내가 디디고 설 땅이 되고

눈물이 나면 그 눈물도
한뼘씩 사랑을 키우더라

이 밤도 잠 못 드는
내 사랑아

~~~~~~~~~~~~~~~~~~~~~~~~~~~~~~~~~~~~~~~~~~~~~~~~~~~~~~~~~~

빗물 속에 눈물을 숨기고




비가 내립니다 창밖은 온통 빗금쳐진 세상

그 속에서 나 또한 그어야만 할 못난 기억들을 봅니다

생각하면 당신은 참 야속한 사람

다시는 돌아보지 않던 뒷모습에 나는 더이상

소리낼 수 없는 벙어리종이 되었습니다

날마다 종탑에서 바라보던 풍경은

당신이 내게 주셨던 아름다운 세상

뎅그렁뎅그렁 냇물처럼 맑았던 그 종소리

누군가에게 거듭 말하고픈 사랑이었다는 거

이제는 압니다 무작정 당신을 생각했지만

하루의 끝에서 말끔이 화장을 지우듯

사랑의 끝에서 그만...당신을 지워버릴 순 없을까요

끝내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인어공주의 비련처럼

이내 몸 한개 물방울로 흐르다

어느 석양무렵 그 도시의 강을 지나게 되면

가슴저리게 당신곁을 지나왔다는 거 당신만은 눈치챌런지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 당신 손등에서

쉬이 흘러내리지 못하는 빗방울 있거든

그것이 나인 줄을 당신만은 아실런지

~~~~~~~~~~~~~~~~~~~~~~~~~~~~~~~~~~~~~~~~~~~~~~~~~~~~~~~~~~~~~~~

나에게로 가는 길이 더 멀어지고



이제는
너에게로 가는 길이 아닌,
나에게로 가는 길이
더 멀어졌다

해는 늘 등뒤로 떴다
조금씩 내 촛점을 흐리며 저물고

지금은, 문밖에 내어놓았던
한 발을 들여놓을 시간

너의 시선이
옷깃을 스치는 소리에
소스라치며 뒤돌아보다

차디 찬 외투를 벗으면
기대고 싶었던 여린 어깨가
맥없이 무너진다

이 외투처럼 너라는 존재를 벗으면
널 향해서만 돌던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밤마다 달빛에 가리웠던 나를
볼 수 있을까

온몸을 감쌌던 아픔이
산산이 부서지면서 너 없이도
내가 다시 여물어 갈까

어쩔거나...
너에게로 가는 길이 아닌
나에게로 가는 길이 더 멀어진 지금

~~~~~~~~~~~~~~~~~~~~~~~~~~~~~~~~~~~~~~~~~~~~~~~~~~~~~~~~~~~~~~~

나는 바다가 될란다



내 삶에 그대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수평선
조금만 건드려도
파르르 가슴이 떨렸다

주고 또 준 마음이건만
늘 비우기만 하는 그대 마음
어떡하면 채울 수 있을까

그대 사는 세상에
나 홀로 바깥이라
저녁마다 노란 손수건에
눈물을 닦았다

그대야
나는 바다가 될란다

언젠가 그대 오면
아무것도 떠오를 수 없던
내 수평선으로
태양같은 그대
찬란히 떠오르게 할

아아, 그대야
나는나는 바다가 될란다

~~~~~~~~~~~~~~~~~~~~~~~~~~~~~~~~~~~~~~~~~~~~~~~~~~~~~~~~~
기찻길이 되자



너와 나 끝내
나뉘어질 운명이라면

내 손이 닿지 않아도
내 눈이 닿을 수 있는
늘 그만큼의 자리에
있어다오

나란히 설 수 없음을
서러워 말고
마주서야만
낼 수 있는 길이라면

너와 나의 눈빛을 모아서
그 길을 만들자

하루에 몇 번씩
기차가 지날 때마다
너와 나의 가슴이
한없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그때마다 깊어지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우리 영원으로 가는
길을 만들자

~~~~~~~~~~~~~~~~~~~~~~~~~~~~~~~~~~~~~~~~~~~~~~~~~~~~~~~~~~~~~~~~

참 쓸쓸한 일



나도 때로는
어둠속에 영혼을
숨긴다

끝없이 작아져서
그만 죽고 싶다던
쿠마의 무녀처럼
조롱속의
그 중얼거림처럼

때로는 나도
욕망으로 만든
조롱속에 갇힌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주문을 만들고
풀 수 없는 마법을
건다

삶의 여백으로
비워 둔 내 하늘
서서히 채워짐을
느낄 때

~~~~~~~~~~~~~~~~~~~~~~~~~~~~~~~~~~~~~~~~~~~~~~~~~~~~~~~~~

사랑한 벌이지요



참을수 있어
참은 건 아닙니다
갈 수 없어
못간 것도 아닙니다

박꽃같은 이 그리움
그대 사랑한 벌이라기에
오늘도 나는 벌을 서고
있을 뿐입니다

말할 수 없어
말 못 한 거 아닙니다
울 수 없어
울지 못한 것도 아닙니다

말로 채울 수도
눈물로 지울 수도 없는
당신인 것을요

그리움보다 더 큰 벌은
한시도 내려 놓을 수 없는
당신의 눈빛입니다

~~~~~~~~~~~~~~~~~~~~~~~~~~~~~~~~~~~~~~~~~~~~~~~~~~~~~~~~~~~~~~

노을빛으로 봉한 편지



처음 잡던 당신 손을 이제는
놓아야겠다 싶을 때 말하리라

삶이 너무도 공허해서
수만겹의 허공을 두르고 살던 그때
당신이 그 허공을 한겹씩 벗겨 주었노라

분분히 흩어지던 일상 속에서
나는 떠돌던 한 점 먼지
창백한 별빛을 만지작거리며
젖은 눈으로 잠들던 새벽
창가에 머물던 흐릿한 불빛은
차마 고개 들지 못하던
부끄러운 사랑이었노라

한번이라도 축배를 들고 싶었던 건
살아온 날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갈 날들 속 어느 한 순간
잠시 허락받은 날 있다면 그날을
위해서였노라

뿌리치다 뿌리치다...
기어이 가져버린 당신
오지 않을 것이기에 기다렸고
다가설 수 없기에 사랑했노라

서로 하늘만 바라보던 순간들은
영원히 부를 노래가 되었노라

~~~~~~~~~~~~~~~~~~~~~~~~~~~~~~~~~~~~~~~~~~~~~~~~~~~~~~~~~~~~~

등대가 되어 줄게



밤이 깊어도 잠들지 못하네
바람이 불고 물결이 높아지면
더 크게 눈을 뜨네

그 눈을 마주 보며
가만가만 돌아올 밤배를
혼자 기다리는 저 등대

어느 날 문득 널 밝혀 주던
불빛들이 꺼졌을 때
가만히 날 불러보렴
니가 바라보는 그 곳에서
불빛이 되어 줄게

니가 길을 찾을수만 있다면
내게 오지 않아도 아니,
더 먼 곳으로 가더라도
기도보다 간절히 너의 길을 밝히는
등대가 되어 줄게

~~~~~~~~~~~~~~~~~~~~~~~~~~~~~~~~~~~~~~~~~~~~~~~~~~~~~~~~~~~~~~

사랑은 모래알같은 거란다



사람없는 백사장에 갔지

그대와 손을 잡고 걸을 땐
걸어온 만큼의 흔적을
아름답게 돌아보던 곳

나란히 따라오던
발자국 두개가 언제까지나
같은 길을 갈 줄 알았지

모래만으로도 무너지지 않는
성을 쌓을 것 같았어

함께 주먹을 넣고
다독거렸지만 손을 빼면
무너지던 모래성처럼
아아, 모래알이 된 사랑아

지금도 백사장을 걸으면
수만가지 마음이 든다

~~~~~~~~~~~~~~~~~~~~~~~~~~~~~~~~~~~~~~~~~~~~~~~~~~~~~~~~~~~~~~

아름다운 사연



미안합니다 당신이 전부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군요... 그러나

이 세상에 와서 당신을 알고 간다는 거 얼마나 행복한지요...

태어나서 처음 숨을 쉬고 첫 걸음마를 하던 순간

이미 당신께 가는 길이 열린 것을요... 비록 먼 곳에 당신을 두고도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잠을 자고 때로는 소리내어 웃기도 하지만...

꽃이 피면 피는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비가 오면 오는대로

문득문득 아려오는 가슴에 손을 얹고 잠시 숨을 멈추곤 합니다...

아아, 어쩌죠 다시 가을이 오면 나무들은 일제히 날 향해서만

잎을 떨굴텐데... 나에게만 불어 올 그 바람을 나는 어쩔까요...

정말 미안합니다 그래도 당신만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는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다만 한가지, 당신 가슴 맨 앞줄에 내가 있듯이

내가 하고 싶은 많은 일들 중에, 그 중에 당신이

맨 앞에서 날 지켜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

멀리 있어도 마음만은



시작은 당신이 하셨지만

나머지는 오롯이

내 몫이 되었습니다

우리 오가던 길 고이 개켜

가슴에 두었지만

영 지워지지 않던 발자국

오로지 날 향해 있더이다

날마다 문밖에 떨고 선

그리움 다 펼친다면

당신께 가는 길 하나

놓을수도 있으련만

오늘도 너무 먼 그대

멀어서 서러운 당신입니다

~~~~~~~~~~~~~~~~~~~~~~~~~~~~~~~~~~~~~~~~~~~~~~~~~~~~~~~~~~~~~~

내가 행복한 시간



혼자 남은
식탁에서
커피를 마십니다

분주했던
아침을 끝내는
마지막 의식같은
커피한잔에

달그락달그락
들려오는 침묵

침묵은 늘
나만의
진수성찬이지요

늦은아침
커피한잔으로
만나는 당신

참 행복합니다

~~~~~~~~~~~~~~~~~~~~~~~~~~~~~~~~~~~~~~~~~~~~~~~~~~~~~~~

당신께 돌아갈 일



그립다, 쓰고 나면
할말이 없어 오래도록
행길만 내다봅니다

모든 것이 죽어도
살아 남을 염원하나

한번 비 내리면
계절이 바뀌듯
눈물도 모여서
내 마음 단단해질
비가 되겠지요

방황이 길수록 사랑이
깊었다 말할 수 없는
이 혼돈으로부터

이제는 당신께
돌아갈 일만
남겨두고 싶습니다

~~~~~~~~~~~~~~~~~~~~~~~~~~~~~~~~~~~~~~~~~~~~~~

길 위의 고독


내 삶의
주성분은 쓸쓸함

길에서
길을 보지 못하는
아집이여

빗물도 바람도
가두지 않는 길처럼
비우면 비울수록
선명한 길을
가라지만

종잇장처럼
팔랑이는 영혼
스스로 길이 되어
누우라지만

내 삶의
주성분은 또한 당신

당신만 보이는
그 길이 나에겐
막다른 길인 것을

~~~~~~~~~~~~~~~~~~~~~~~~~~~~~~~~~~~~~~~~~~~~~~~~~~~~~~~~~~~~

깊은 사연


묻어두마 아직은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는 명주실 타래처럼
나 홀로 간직한 말들을
쌓이고 쌓인 말의 무게로 하여
가라앉을것만 같은
가슴을 안고서도

그래, 아직은 묻어두마
언제나 뒷걸음질뿐인
너를 향하여 아무리 외쳐도
너에게는 방언같은 내 말을
때로는 버리고 싶었고
차라리 버림 당하고 싶었던
그 모든 순간들을

아직은 이렇게 묻어두마
텅텅 빈 내 일기장을 닮아
한마디 말도 머무를 수 없었던
너 내가 넘어야 할 산너머 산
외로움마저 편안해진 지금

묻어두마 아직은

~~~~~~~~~~~~~~~~~~~~~~~~~~~~~~~~~~~~~~~~~~~~~~~~~~~~~~~~~~~~~~~~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산 등허리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는
바람이 되라

듣는 사람도 없이
온종일 바람피리나
불어라

밤마다 찾아와서
문고리 잡고 흔들다
혼자 우는 바람이 되라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밤하늘에 유성이 되라

낮은 데로,
낮은 데로 흐르다가

내가 소원을 빌거든
그 소원 들어주는
유성이 되라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가도가도
제자리걸음만 하는
쳇바퀴가 되라

~~~~~~~~~~~~~~~~~~~~~~~~~~~~~~~~~~~~~~~~~~~~~~~~~~~~~~~~~~~~~~

가을속으로 떠나기



나무가
흔들리는 만큼
꼭 그만큼만 나도
흔들려 볼란다

낙엽이 지는 만큼
꼭 그만큼만 나도
떨구고 갈란다

바람이 닿는 곳
꼭 그만큼만 나도
떠나가 볼란다

한 줄기 바람에도
마음을 다치는 이 가을
단풍잎 하나에
나를 실어 볼란다

~~~~~~~~~~~~~~~~~~~~~~~~~~~~~~~~~~~~~~~~~~~~~~~~~~~~~~

나를 아름답게 하는 사람


이 가을...낙엽을 보면서도
내가 행복한 것은
당신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 가을 싸늘한 바람속에서도
마냥 따스하기만 한 것은
늘 나를 지켜보는 당신의
따뜻한 눈빛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가을 비어가는 나무 아래서도
내 맘이 가득 차오르는 건
당신 사랑이 늘 나를 충만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가을 파란 하늘에
내가 가장 아름답게 비치는 건
늘 당신이 나와 마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내 안에 존재하는 바다같은 사랑
나를 가장 아름답게 하는
사람입니다

~~~~~~~~~~~~~~~~~~~~~~~~~~~~~~~~~~~~~~~~~~~~~~~~~~~~~~~~~~~~~

저녁 풍경



전등도 깨어 대문앞을 지키면
낯익은 발자국 소리 초인종을 누른다

물묻은 두 손으로 따뜻이 받아보는
그대의 하루
벗어던진 양말속에는
온종일 다닌 길이 힘없이 구겨져 있다

저녁상 가득 차려지는 우리의 안식
달그락거리는 수저와 수저
대단한 것처럼 주고받는
대단치도 않는 이야기들
조금씩 커져가는 그대와 나만의 영역

나는 양말을 빨면서
내일 예정된 그대의 길을 준비하고

조용히 하루를 닫는다

~~~~~~~~~~~~~~~~~~~~~~~~~~~~~~~~~~~~~~~~~~~~~~~~~~~~~~~~~~~~~~~~~~

어느 날 당신이 부르시면


나,
서두르지도 더디지도 않는
그런 걸음으로
당신께 갈 수 있기를

내손에 있는 것
내 맘에 있는 것
그 자리에 살며시 내려놓고
그렇게 갈 수 있기를

한때는 당신이
눈부신 태양일거라고
파아란 하늘일거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당신은
밤하늘에 가장 작은 별이었고
금방 쏟아질 것 같은
비구름이었습니다

날 위하여
그 어두운 하늘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 눈을
깜박거려 주셨는지
얼마나 많은 순간
내가 당신의 얼굴을
흐리게 했는지 모릅니다

사랑하는 당신을
눈앞에 두고서도
먼 데 한눈을 팔며 외면했던 나

어느날 당신께서 부르시면
서두르지도 더디지도 않는
그런 걸음 가질 수 있기를
나, 간절히 원합니다

~~~~~~~~~~~~~~~~~~~~~~~~~~~~~~~~~~~~~~~~~~~~~~~~~~~~~~~~~~~~~~~

가을은 칵테일 한잔 같다


가을은 칵테일 한잔 같다
핑크레이디 아니아니
정열의 키스...
그 붉은 입술에 닿아
한잎 낙엽으로 부서져
바람속에 섞이고 싶다

나무는
추억의 일력을 떼어내며
가고오는 것들의
무게를 생각한다
늘 똑같은 무게로 산다면
얼마나 좋으랴 흔들릴때마다
몸서리치는 나무밑에
쌓이는 모든 것들의 가벼움

가을은 혼자, 혹은 누군가와 함께
마시는 칵테일 한잔 같다
섞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또한 결코 섞일 수 없는
무방비의 날들
그 곳에서 나를 찾는다
이 가을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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