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은 떠났습니다 /강은혜
가을 바람이 소솔이 부는
어느 날 홀연히 안개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흔적하나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 흔적은 세월 따라가는
구름처럼 흐르는 흔적이 아니라
지구의 중심점에 꽃인 푯대처럼
가슴깊이 꽃아 놓고 떠났기에
시린 가슴은 저 시베리아 바람 보다
더 차가운 기류로 가슴을 벱니다.
님 이 오시기전에는
저 가을 강가에 갈대가 웃는 줄 알았습니다.
가을을 노래하는 새 갈대숲을 지키는 줄 알았습니다.
임이 떠난 후로
강가에 몸을 담그고 우는 갈대숲에 새 한 마리
등이 푸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몇 번이고 입으로 마음으로 임을 보낸 는데
여전히 마음을 지키는 수 만개의 상념이
별 이 되어 온 밤을 밝히면 밤도 낮처럼 밝습니다.
누구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
잊었는데 버렸는데 시퍼런 조각달에 벤 바람처럼
자꾸만 가슴이 시리운지 아는 사람 있나요
하지만 결코 저는 임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님 이 떠난 자리에 꽃 한 송이 심었는데
바람 불지 않아도 비가 오지 않아도
자꾸만 시드는 까닭을 아시나요.
임은 떠났지만
떠난 빈자리에 꽃 하나 심을래요.
피지 않아도
꽃 하나 심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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